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취임사 전문
Jo Hee-yeon’s Inauguration Speech as Seoul Superintendent of Education
안녕하십니까. 저는 서울 시민의 뜻을 받들어 오늘부터 4년 동안 서울시 교육감직을 맡게 된 조희연입니다. 먼저 시민 여러분들께 큰
절 올립니다. 세월호 사건의 엄청난 충격과 고통 속에 치러진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은 무엇보다 교육에 주목하셨고,
교육의 혁신을 원하셨습니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 가운데 민주진보 후보가 13명이나 나란히 당선된 결과는 이 점을
말해줍니다. 사실은 보수-진보를 떠나 교육의 혁신이라는 무거운 책임이 새로 교육감을 맡는 모든 이들에게 공동으로 지워진
지상과제입니다.
이번 선거 결과에 드러난 시민의 기대는 분명합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물 위에 떠오른 대한민국의 총체적 난맥상을 혁신하라, 그리고 가장 근본적으로, 그 혁신을 교육에서부터 시작하라는 메시지라고 저는 해석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만들어낸 게 과거의 낡은 교육, 절망의 교육이었다면 이 시대의 요구에 답할 수 있는 교육이란 '희망의 교육', '살림의 교육'입니다. 살림이란 본디 교육의 본질입니다.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역량과 협동하여 함께 살아가는 역량은 인간이 교육에서 배워야 할 모든 것입니다. 낡은 교육은 결코 우리 아이들에게 살림의 역량을 길러주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살림의 교육'의 다른 이름은 혁신미래교육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서울 교육을 '모두가 행복한 혁신미래교육'으로 바꿔내겠습니다.
혁신미래교육이란 곧 살림의 교육입니다
낡은 교육은 '따라잡기 교육(추격교육)'이었습니다. 1960년대~80년대까지 한국이 발전도상국이던 시절에는 이른바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무조건 더 많이 외우고 더 빨리 베껴야 했습니다. 따라잡기 교육은 서구의 앞선 지식을 무조건 더 빨리 더 많이 학습하여 서구를 따라잡는 교육을 의미합니다.
오늘날 한국은 세계 10대 경제 대국의 자리에 올라섰습니다. IT 강국, 인터넷 강국, 스마트폰 강국이라는 자부심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한국을 배워서 따라잡겠다는 나라도 생겨난 게 현실입니다. 추격해야 할 대상도 모방해야 할 대상도 없습니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 아무도 가본 적이 없는 창의적 교육의 길을 개척해 가야 합니다.
현실이 이렇게 변했는데 교육은 아직도 따라잡기 교육에 머물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아직도 더 많이 외우고, 더 빨리 베끼라는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아직도 성적과 등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아직도 국영수를 못하면 공부를 못하는 것이고, 공부를 못하면 장래에 희망이 없다는 식의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아직도 무한경쟁 속에서 자기만 살아남아야 한다는 가치관을 교육받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이런 공부를 못해서 희망이 없는 게 아니라 60~80년대식 교육이 아직도 21세기 아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에 희망이 없는 것입니다. 청소년 가출률과 자살률이 OECD 국가 최고 수준인 데는 분명 이유가 있습니다. 오늘날 한국의 위상과 맞지 않는 낡은 교육, 훌쩍 커버린 아이들의 몸에 맞지 않는 철지난 옷과 같은 교육, 그게 바로 절망의 교육입니다.
그렇다면 희망의 교육이란 어떤 것입니까? 아이들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역량과, 협동하여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는 교육이 바로 희망의 교육입니다. 외우고 베끼라고 강요하는 대신 아이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깨닫도록 도와주는 교육, 성적과 등수로 평가하는 대신 과정을 중시하는 교육, 국영수도 중요하지만 그것 말고도 아이들이 창의력과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는 교육, 아이들을 무한경쟁에 맡기는 대신 함께 사는 삶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교육이 바로 희망의 교육입니다.
우리 아이들을 이렇게 길러내어야 자존감과 협동심, 창의력과 진정한 실력을 갖춘 21세기의 세계시민으로 자라날 수 있습니다. 누구를 따라잡는 게 아니라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창의적으로 개척해 갈 역량을 길러주는 교육, 그것이 바로 오늘날 한국의 위상에 걸맞은 교육이자 희망의 교육입니다. 이는 교육 혁신을 통해 미래를 열어가는 교육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를 '혁신미래교육'이라고 부르고자 합니다.
먼저 제가 생각하는 혁신미래교육의 주요 내용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지금부터 말씀드릴 몇 가지 이야기가 혁신미래교육의 모든 것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서울교육의 주인은 서울시민 모두입니다. 교육은 학생, 학부모, 교사, 시민들이 역동적으로 함께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야 절망의 교육을 희망의 교육으로 바꾸어낼 수 있습니다.
첫째, 혁신미래교육은 학생․교사․학부모․시민이 함께 주체로 나서는 교육입니다
먼저 저는 교육의 주인이 학생과 교사와 학부모와 시민사회임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따라잡기 교육의 시대에는 국가와 학교가 정한 교과서가 교육의 유일한 표준이었습니다. 학생은 교육의 대상일 뿐이었고, 학부모는 감히 교육 내용에 참여할 수 없는 줄 알았습니다. 이제는 학생과 교사와 학부모와 시민사회가 어떤 교육을 할 건지 서로 토론해서 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교사와 학부모는 물론 학생도 참여해서 스스로 어떤 교육을 받고 싶은지 주장해야 합니다. 새로운 교육은 학생․교사․학부모․시민이 함께 주체로 나서는 교육이어야 합니다. 단순히 교육의 '대상'이 되거나, 교육의 방관자로 남지 말고, 모두가 교육의 주체로 참여하고 또 스스로의 주체성을 키우는 교육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중심주의', '교사우선주의', '학부모참여주의'를 실천하고자 합니다. 또한 시민 전체가 교육의 주체가 되도록 할 것입니다. 이것은 사람을 교육의 중심에 놓겠다는 저의 교육철학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것은 새로운 교육 주체를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교육의 주인은 국가도 행정기관도 아닌 학생, 교사, 학부모, 시민사회입니다.
둘째, 혁신미래교육은 창의교육입니다
질문이 사람을 만듭니다. 위대한 질문이 위대한 인물을 만듭니다. 위대한 인물은 한결같이 질문이 많은 아이들이었습니다. 이 아이들의 질문을 교사와 학교와 부모가 모두 묵살했더라면 어떤 위인도 탄생할 수 없었습니다. 따라잡기 교육의 교실에는 질문이 없습니다. 정답은 이미 정해졌고 더 많은 지식을 더 빨리 외워서 더 많은 답을 아는 것만 중시하기 때문입니다. 이건 우리 아이들 속에서 자라고 있는 무한한 잠재력과 창의력을 죽이는 교육입니다. 우리는 질문이 있는 교실을 만들어야 합니다. 혁신미래교육의 교실에서는 정답보다 질문을 더 중시할 것입니다. 평범한 질문보다 엉뚱한 질문에 더 귀를 기울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질문의 답을 학생과 교사와 학부모들이 함께 찾아 나설 것입니다. 이렇게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침묵에 잠긴 학교를 떠들썩하고 신바람 나는 학교로 바꿔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교육, 창의교육을 내용으로 하는 혁신미래교육이 될 것입니다.
셋째, 혁신미래교육은 자율교육입니다
혁신미래교육은 자율교육이어야 합니다. 자율교육은 아이들을 어른의 입장에서 '분재(盆栽)형 인간'으로 만들려고 하는 기성세대의 관성적인 생각을 벗어나야 가능할 것입니다. 분재는 나무의 가지와 몸통을 특정한 방향으로 키워내서 분재를 키우는 사람이 원하는 나무를 만들어냅니다. 바로 이러한 분재형 인간을 만드는 기존 교육에 대한 성찰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은 다양한 잠재력과 다양한 DNA를 가지고 태어납니다. 그것을 우리 기성세대들이 원하는 좁은 방식으로, 다양한 잠재력 가운데(예컨대 국영수 중심의) 특정한 것만 키워내고 무수한 가능성을 사장시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활동할 10~20년 후의 세계는 전혀 다른 세계일 것이며, 지금 존재하는 직업들 중에서도 상당 부분은 사라질 것입니다. 바로 현재와 같은 기성세대 중심의 분재형 인간을 만드는 교육에 대한 성찰로부터 우리는 출발해야 합니다.
넷째, 혁신미래교육은 창의 감성 교육입니다
이제 우리의 교육은 단순히 지식 추구에만 한정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 아이들의 무한한 지적, 감성적 가능성을 일깨우고 조화롭게 공존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혁신미래교육은 창의 감성 교육이어야 할 것입니다. 창의 감성 교육은 국영수 중심의 지성만을 중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21세기의 능력과 재능은 이제 새롭게 정의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습자의 잠재력을 전면적·다면적으로 발전시키고, 감성과 인성, 지성의 균형적 발전을 촉진하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감성은 단지 일부 문화예술인들에게만 필요한 특수한 자질이 아니며 21세기적 지성의 기본적 구성 요소입니다. 창의 감성 교육을 통해 우리 아이들은 타인과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세계시민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학교 폭력, 왕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교육적 대안은 창의 감성 교육을 통해 '우정이 있는 학교'를 만드는 것입니다. 창의 감성 교육이 살아 있는 학교를 우리는 '어깨동무 학교'라고 부르려고 합니다.
다섯째, 학교와 마을의 경계를 허물어 '마을 결합형 학교'를 열겠습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만 배우지 않습니다. 학교 밖에서 더 중요한 것을 배우기도 합니다. 학교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이미 뛰쳐나간, 학교 밖의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 아이들 모두가, 우리가 보살펴야 할 우리 아이들입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시와 손을 잡고, 마을과 학교의 경계를 허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학교는 학생 뿐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교육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새로운 교육을 만들어나가는 공간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마을의 협동조합이나 지역 공동체의 공간은 학생들이 방과후 혹은 학교 밖에서 정규교육 이외의 교육을 받는 공간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저는 서울시와 손잡고 서울을 세계적인 교육 특별시로 탈바꿈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입니다. 마을과 지역사회가 학교와 함께 가는 교육을 지향해야 합니다. 저는 이것을 '마을 결합형 학교'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마을 결합형 학교는 학교보다 더 큰 학교, 학교를 넘어선 학교가 될 것입니다.
여섯째, 교육이 기회의 통로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교육은 모든 학생에게 '기회의 통로'이자 '기회의 땅'이어야 합니다. 저는 "태어난 집은 달라도 배우는 교육은 같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 사회는 점점 더 교육을 통해서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재생산되는 상태로 가고 있습니다. 저는 모든 불평등을 현실에서 제거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교육이 그러한 불평등을 상쇄하는 균형의 지렛대가 되는 사회를 소망합니다. 이는 정확히 헌법 31조 1항에서 말하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 받을 권리'를 가지는 상태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일곱째, 세계화 시대의 열린 시민을 길러내겠습니다
교육의 시작과 끝은 '어떤 인간을 길러내는가', '어떤 영혼을 지닌 인간으로 키우는가'입니다. 그것은 단순히 아이 한 명의 삶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미래와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단지 나의 자식만이 아닌, 우리의 다음 세대를 키워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아이들을 새로운 21세기형 인격체로 키워야 합니다. 그것의 기본은 따뜻한 공동체를 지향하는 배려와 존중의 이타적 품성입니다. 약자의 편에 서서 사회를 바라볼 줄 아는 정의로운 인간입니다. 거기에 더해 세계화 시대의 열린 시민으로 우리의 아이들이 성장해야 합니다. 닫힌 민족주의가 아니라 오히려 국가와 민족에 대한 성찰 능력을 갖는 존재로 우리의 학생들이 성장해야 합니다. 그래야 20년 후의 세계를 선도할 수 있습니다. 이를 저는 '창의 세계화 교육'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이것이 진정한 우리의 새로운 교육 목표이어야 합니다.
여덟째, 교육행정과 학교행정에서도 민주주의를 꽃 피우겠습니다
1987년 이후의 도도한 민주주의의 물결이 교육행정과 학교행정에도 확산되어야 합니다. 민주적 거버넌스와 참여, 소통, 교육 수요자에 봉사하는 행정, 교육 수요자에 의해 평가받는 행정, 권한의 분산과 민주적 수렴이 조화되는 행정, 투명하고 청렴한 행정으로 변화되어야 합니다. 상명하복, 지시와 명령, 수직적인 위계, 권위적 관료주의를 청산하고 시민의 눈높이에서 학생, 교사, 학부모의 마음을 헤아리는 동반자적인 교육행정으로 거듭 태어나야 합니다. 이것이 진정한 학교자치와 교육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토대입니다. 교육청을 여러분의 집 옆으로, 교육감실을 여러분의 옆방으로 옮기는 상상, 교장선생님과 아이들이 격의와 허물없이 도시락을 나눠 먹는 풍경, 교사와 학부모가 이웃 친구처럼 아이들의 교육을 함께 가꿔가는 장면이 꿈이 아닌 현실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이것이 학생, 교사, 학부모, 시민사회가 함께 어울려 새로운 교육 관계를 만들어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울림 교육청'을 만들어내겠습니다.
이상의 여덟 가지 말씀이 혁신미래교육의 모든 것은 아닙니다. 혁신미래교육이 내실을 갖춰가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앞으로 부족한 부분은 학생, 교사, 학부모, 시민사회가 함께 채워가고 만들어가야 합니다.
혁신학교의 업그레이드
혁신미래교육은 혁신학교의 성과를 이어받아 업그레이드 시킬 것입니다. 먼저 초등학교와 중학교 단계까지는 선진국형 자유교육, 창의교육으로 전환하고자 합니다. 적어도 중학교까지는 입시교육, 성적, 등수로부터 완전히 해방되도록 하고자 합니다. 정규수업과 방과후의 질적인 혁신을 가져오고자 합니다. 우리는 혁신학교에서 새로운 교육 모델의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혁신학교의 성과를 유형별로 모델화하여 보다 다양한 혁신교육 시스템이 자리잡도록 하겠습니다.
평가로 우열을 나누지 않겠습니다. 아이들을 '국영수'에 갇힌 인간이 아니라 저마다의 자질과 개성, 잠재력을 고르게 발전시키는 교육을 통해, 그 자체로 자아를 완성해가는 인간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한 교육은 '자율성'을 가장 큰 가치와 원리로 하고 있습니다. 혁신학교는 지금까지의 구시대적인 학교문화와 관계를 새롭게 재구축했습니다. 여기에 교육 내용적 측면의 전환도 시도하겠습니다. 고전적인 교육과정에서 탈피하여 선진국형 교육과정을 서울에 맞게 적용하겠습니다. 이를 창의지성, 창의감성교육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혁신교육과 창의교육을 양대 축으로 서울 교육의 일대 전환을 불러오겠습니다. 이를 위해 학급당 학생 수를 감축하거나 협력교사제를 도입하고, 선생님들의 전문성을 드높일 뿐만 아니라 업무 환경도 더욱 과감하게 개선하겠습니다. 가르침과 배움이 우선이 되는 학교로 만들겠습니다. 이러한 하드웨어의 개혁과 더불어 창의지성, 창의감성교육이 이뤄지도록 프로그램과 소프트웨어를 대대적으로 계발하고 적용하여 한 차원 높은 교육과정을 구현하겠습니다.
학교 밖의 개혁
교육 대개혁은 학교 안에서만 이뤄지지 않습니다. 방과후 역시 중요한 교육 현장이자 교육과정의 연장입니다. 또 하나의 학교입니다. 학교 안팎과 방과전후가 하나의 체계적인 교육과정의 총체로서 작동되어야 비로소 온전한 교육시스템이 완성됩니다. 학교 밖과 방과 후는 교육청만의 몫으로 감당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서울시와 지자체의 협력이 필수입니다. 곧 시 및 지자체와 공동으로 서울 교육 TFT를 만들어 전체 서울 교육의 틀을 만들겠습니다. 아이들은 정규수업을 마치고, 또는 필요하다면 정규수업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롭게 학교 밖의, 또한 방과 후의 다양한 문예체 자원을 이용하여 21세기 미래 창의 역량을 키워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고등학교 교육의 혁신
고등학교 단계의 교육혁신은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고등학교 체제 자체의 변화입니다. 자사고 제도의 전면 재검토를 통한 일반고 전환 프로그램도 그런 맥락 속에 있습니다. 제2의 고교 평준화라고 부를 수 있는 이러한 정책이 필요한 이유는 바로 초중학교에서 선진국형 교육이 실현될 수 있는 출발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고교 진학 과정이 입시경쟁교육이 되지 않는 조건을 만들어야 비로소 우리가 마음먹은 아름다운 창의 미래 교육이 가능합니다. 또 하나는 고등학교 교육의 질적 변화와 균형 있는 발전입니다. '일반고 전성시대'가 바로 이것과 맞물려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현행 대입제도 아래서 고등학교가 입시에서 자유로운 교육을 펼치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장기적으로는 그것으로부터의 자유를 지향하되, 당장의 현실에서는 최대한 모든 학생들이 고르게 교육의 기회와 혜택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지역에 따라, 학교에 따라 그리고 태어난 가정에 따라 받는 교육이 달라서는 안 됩니다. 입시로부터 소외되었거나 다른 길을 가고 싶은 학생들이 무기력하게 방치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들도 자신의 삶을 즐겁게 누리고, 당당히 꿈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일반고와 특성화고 또는 학교 밖에서 자신의 직업을 찾아가도록 대학 진학교육 못지않은 지원체계를 갖추겠습니다. 이것 역시 우리가 꿈꾸는 선진국형 공교육의 모습입니다.
학생, 교사, 학부모, 시민 여러분 서울 교육의 주인이 되어 주십시오
우리가 꿈꾸는 혁신미래교육은 교육청이나 교육감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입시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대학입시제도와 대학체제 개혁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런 숱한 과제들은 한꺼번에 해결할 수 없고, 시간을 가지고 점진적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저는 제 임기 4년 동안 혁신미래교육의 주춧돌을 놓으려고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의 주인이 학생, 교사, 학부모, 시민사회라는 사실입니다. 학생, 교사, 학부모, 시민사회가 교육의 주인으로 우뚝 선다면 누가 교육 행정을 맡더라도 미래로 가는 교육의 방향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이제 새로운 교육의 시대가 열릴 때가 되었습니다. 낡은 교육을 넘어서서 혁신미래교육의 시대를 열 때가 되었습니다. 세월호의 아픔은 새로운 교육의 패러다임을 여는 일로 승화되어야 합니다. 저는 질문이 살아 있는 신바람 교실, 우정이 있는 어깨동무 학교, 모두가 행복한 혁신미래교육. 학생, 교사, 학부모, 시민사회와 함께하는 어울림 교육청을 만들어내겠습니다. 온 마음과 온몸으로 섬기고 실천하겠습니다. 학생, 교사, 학부모, 시민 여러분이 서울 교육의 주인공이 되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2014. 7. 1. 서울시 교육감 조희연
이번 선거 결과에 드러난 시민의 기대는 분명합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물 위에 떠오른 대한민국의 총체적 난맥상을 혁신하라, 그리고 가장 근본적으로, 그 혁신을 교육에서부터 시작하라는 메시지라고 저는 해석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만들어낸 게 과거의 낡은 교육, 절망의 교육이었다면 이 시대의 요구에 답할 수 있는 교육이란 '희망의 교육', '살림의 교육'입니다. 살림이란 본디 교육의 본질입니다.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역량과 협동하여 함께 살아가는 역량은 인간이 교육에서 배워야 할 모든 것입니다. 낡은 교육은 결코 우리 아이들에게 살림의 역량을 길러주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살림의 교육'의 다른 이름은 혁신미래교육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서울 교육을 '모두가 행복한 혁신미래교육'으로 바꿔내겠습니다.
혁신미래교육이란 곧 살림의 교육입니다
낡은 교육은 '따라잡기 교육(추격교육)'이었습니다. 1960년대~80년대까지 한국이 발전도상국이던 시절에는 이른바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무조건 더 많이 외우고 더 빨리 베껴야 했습니다. 따라잡기 교육은 서구의 앞선 지식을 무조건 더 빨리 더 많이 학습하여 서구를 따라잡는 교육을 의미합니다.
오늘날 한국은 세계 10대 경제 대국의 자리에 올라섰습니다. IT 강국, 인터넷 강국, 스마트폰 강국이라는 자부심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한국을 배워서 따라잡겠다는 나라도 생겨난 게 현실입니다. 추격해야 할 대상도 모방해야 할 대상도 없습니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 아무도 가본 적이 없는 창의적 교육의 길을 개척해 가야 합니다.
현실이 이렇게 변했는데 교육은 아직도 따라잡기 교육에 머물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아직도 더 많이 외우고, 더 빨리 베끼라는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아직도 성적과 등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아직도 국영수를 못하면 공부를 못하는 것이고, 공부를 못하면 장래에 희망이 없다는 식의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아직도 무한경쟁 속에서 자기만 살아남아야 한다는 가치관을 교육받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이런 공부를 못해서 희망이 없는 게 아니라 60~80년대식 교육이 아직도 21세기 아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에 희망이 없는 것입니다. 청소년 가출률과 자살률이 OECD 국가 최고 수준인 데는 분명 이유가 있습니다. 오늘날 한국의 위상과 맞지 않는 낡은 교육, 훌쩍 커버린 아이들의 몸에 맞지 않는 철지난 옷과 같은 교육, 그게 바로 절망의 교육입니다.
그렇다면 희망의 교육이란 어떤 것입니까? 아이들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역량과, 협동하여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는 교육이 바로 희망의 교육입니다. 외우고 베끼라고 강요하는 대신 아이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깨닫도록 도와주는 교육, 성적과 등수로 평가하는 대신 과정을 중시하는 교육, 국영수도 중요하지만 그것 말고도 아이들이 창의력과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는 교육, 아이들을 무한경쟁에 맡기는 대신 함께 사는 삶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교육이 바로 희망의 교육입니다.
우리 아이들을 이렇게 길러내어야 자존감과 협동심, 창의력과 진정한 실력을 갖춘 21세기의 세계시민으로 자라날 수 있습니다. 누구를 따라잡는 게 아니라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창의적으로 개척해 갈 역량을 길러주는 교육, 그것이 바로 오늘날 한국의 위상에 걸맞은 교육이자 희망의 교육입니다. 이는 교육 혁신을 통해 미래를 열어가는 교육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를 '혁신미래교육'이라고 부르고자 합니다.
먼저 제가 생각하는 혁신미래교육의 주요 내용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지금부터 말씀드릴 몇 가지 이야기가 혁신미래교육의 모든 것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서울교육의 주인은 서울시민 모두입니다. 교육은 학생, 학부모, 교사, 시민들이 역동적으로 함께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야 절망의 교육을 희망의 교육으로 바꾸어낼 수 있습니다.
첫째, 혁신미래교육은 학생․교사․학부모․시민이 함께 주체로 나서는 교육입니다
먼저 저는 교육의 주인이 학생과 교사와 학부모와 시민사회임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따라잡기 교육의 시대에는 국가와 학교가 정한 교과서가 교육의 유일한 표준이었습니다. 학생은 교육의 대상일 뿐이었고, 학부모는 감히 교육 내용에 참여할 수 없는 줄 알았습니다. 이제는 학생과 교사와 학부모와 시민사회가 어떤 교육을 할 건지 서로 토론해서 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교사와 학부모는 물론 학생도 참여해서 스스로 어떤 교육을 받고 싶은지 주장해야 합니다. 새로운 교육은 학생․교사․학부모․시민이 함께 주체로 나서는 교육이어야 합니다. 단순히 교육의 '대상'이 되거나, 교육의 방관자로 남지 말고, 모두가 교육의 주체로 참여하고 또 스스로의 주체성을 키우는 교육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중심주의', '교사우선주의', '학부모참여주의'를 실천하고자 합니다. 또한 시민 전체가 교육의 주체가 되도록 할 것입니다. 이것은 사람을 교육의 중심에 놓겠다는 저의 교육철학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것은 새로운 교육 주체를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교육의 주인은 국가도 행정기관도 아닌 학생, 교사, 학부모, 시민사회입니다.
둘째, 혁신미래교육은 창의교육입니다
질문이 사람을 만듭니다. 위대한 질문이 위대한 인물을 만듭니다. 위대한 인물은 한결같이 질문이 많은 아이들이었습니다. 이 아이들의 질문을 교사와 학교와 부모가 모두 묵살했더라면 어떤 위인도 탄생할 수 없었습니다. 따라잡기 교육의 교실에는 질문이 없습니다. 정답은 이미 정해졌고 더 많은 지식을 더 빨리 외워서 더 많은 답을 아는 것만 중시하기 때문입니다. 이건 우리 아이들 속에서 자라고 있는 무한한 잠재력과 창의력을 죽이는 교육입니다. 우리는 질문이 있는 교실을 만들어야 합니다. 혁신미래교육의 교실에서는 정답보다 질문을 더 중시할 것입니다. 평범한 질문보다 엉뚱한 질문에 더 귀를 기울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질문의 답을 학생과 교사와 학부모들이 함께 찾아 나설 것입니다. 이렇게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침묵에 잠긴 학교를 떠들썩하고 신바람 나는 학교로 바꿔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교육, 창의교육을 내용으로 하는 혁신미래교육이 될 것입니다.
셋째, 혁신미래교육은 자율교육입니다
혁신미래교육은 자율교육이어야 합니다. 자율교육은 아이들을 어른의 입장에서 '분재(盆栽)형 인간'으로 만들려고 하는 기성세대의 관성적인 생각을 벗어나야 가능할 것입니다. 분재는 나무의 가지와 몸통을 특정한 방향으로 키워내서 분재를 키우는 사람이 원하는 나무를 만들어냅니다. 바로 이러한 분재형 인간을 만드는 기존 교육에 대한 성찰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은 다양한 잠재력과 다양한 DNA를 가지고 태어납니다. 그것을 우리 기성세대들이 원하는 좁은 방식으로, 다양한 잠재력 가운데(예컨대 국영수 중심의) 특정한 것만 키워내고 무수한 가능성을 사장시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활동할 10~20년 후의 세계는 전혀 다른 세계일 것이며, 지금 존재하는 직업들 중에서도 상당 부분은 사라질 것입니다. 바로 현재와 같은 기성세대 중심의 분재형 인간을 만드는 교육에 대한 성찰로부터 우리는 출발해야 합니다.
넷째, 혁신미래교육은 창의 감성 교육입니다
이제 우리의 교육은 단순히 지식 추구에만 한정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 아이들의 무한한 지적, 감성적 가능성을 일깨우고 조화롭게 공존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혁신미래교육은 창의 감성 교육이어야 할 것입니다. 창의 감성 교육은 국영수 중심의 지성만을 중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21세기의 능력과 재능은 이제 새롭게 정의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습자의 잠재력을 전면적·다면적으로 발전시키고, 감성과 인성, 지성의 균형적 발전을 촉진하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감성은 단지 일부 문화예술인들에게만 필요한 특수한 자질이 아니며 21세기적 지성의 기본적 구성 요소입니다. 창의 감성 교육을 통해 우리 아이들은 타인과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세계시민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학교 폭력, 왕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교육적 대안은 창의 감성 교육을 통해 '우정이 있는 학교'를 만드는 것입니다. 창의 감성 교육이 살아 있는 학교를 우리는 '어깨동무 학교'라고 부르려고 합니다.
다섯째, 학교와 마을의 경계를 허물어 '마을 결합형 학교'를 열겠습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만 배우지 않습니다. 학교 밖에서 더 중요한 것을 배우기도 합니다. 학교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이미 뛰쳐나간, 학교 밖의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 아이들 모두가, 우리가 보살펴야 할 우리 아이들입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시와 손을 잡고, 마을과 학교의 경계를 허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학교는 학생 뿐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교육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새로운 교육을 만들어나가는 공간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마을의 협동조합이나 지역 공동체의 공간은 학생들이 방과후 혹은 학교 밖에서 정규교육 이외의 교육을 받는 공간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저는 서울시와 손잡고 서울을 세계적인 교육 특별시로 탈바꿈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입니다. 마을과 지역사회가 학교와 함께 가는 교육을 지향해야 합니다. 저는 이것을 '마을 결합형 학교'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마을 결합형 학교는 학교보다 더 큰 학교, 학교를 넘어선 학교가 될 것입니다.
여섯째, 교육이 기회의 통로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교육은 모든 학생에게 '기회의 통로'이자 '기회의 땅'이어야 합니다. 저는 "태어난 집은 달라도 배우는 교육은 같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 사회는 점점 더 교육을 통해서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재생산되는 상태로 가고 있습니다. 저는 모든 불평등을 현실에서 제거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교육이 그러한 불평등을 상쇄하는 균형의 지렛대가 되는 사회를 소망합니다. 이는 정확히 헌법 31조 1항에서 말하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 받을 권리'를 가지는 상태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일곱째, 세계화 시대의 열린 시민을 길러내겠습니다
교육의 시작과 끝은 '어떤 인간을 길러내는가', '어떤 영혼을 지닌 인간으로 키우는가'입니다. 그것은 단순히 아이 한 명의 삶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미래와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단지 나의 자식만이 아닌, 우리의 다음 세대를 키워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아이들을 새로운 21세기형 인격체로 키워야 합니다. 그것의 기본은 따뜻한 공동체를 지향하는 배려와 존중의 이타적 품성입니다. 약자의 편에 서서 사회를 바라볼 줄 아는 정의로운 인간입니다. 거기에 더해 세계화 시대의 열린 시민으로 우리의 아이들이 성장해야 합니다. 닫힌 민족주의가 아니라 오히려 국가와 민족에 대한 성찰 능력을 갖는 존재로 우리의 학생들이 성장해야 합니다. 그래야 20년 후의 세계를 선도할 수 있습니다. 이를 저는 '창의 세계화 교육'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이것이 진정한 우리의 새로운 교육 목표이어야 합니다.
여덟째, 교육행정과 학교행정에서도 민주주의를 꽃 피우겠습니다
1987년 이후의 도도한 민주주의의 물결이 교육행정과 학교행정에도 확산되어야 합니다. 민주적 거버넌스와 참여, 소통, 교육 수요자에 봉사하는 행정, 교육 수요자에 의해 평가받는 행정, 권한의 분산과 민주적 수렴이 조화되는 행정, 투명하고 청렴한 행정으로 변화되어야 합니다. 상명하복, 지시와 명령, 수직적인 위계, 권위적 관료주의를 청산하고 시민의 눈높이에서 학생, 교사, 학부모의 마음을 헤아리는 동반자적인 교육행정으로 거듭 태어나야 합니다. 이것이 진정한 학교자치와 교육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토대입니다. 교육청을 여러분의 집 옆으로, 교육감실을 여러분의 옆방으로 옮기는 상상, 교장선생님과 아이들이 격의와 허물없이 도시락을 나눠 먹는 풍경, 교사와 학부모가 이웃 친구처럼 아이들의 교육을 함께 가꿔가는 장면이 꿈이 아닌 현실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이것이 학생, 교사, 학부모, 시민사회가 함께 어울려 새로운 교육 관계를 만들어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울림 교육청'을 만들어내겠습니다.
이상의 여덟 가지 말씀이 혁신미래교육의 모든 것은 아닙니다. 혁신미래교육이 내실을 갖춰가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앞으로 부족한 부분은 학생, 교사, 학부모, 시민사회가 함께 채워가고 만들어가야 합니다.
혁신학교의 업그레이드
혁신미래교육은 혁신학교의 성과를 이어받아 업그레이드 시킬 것입니다. 먼저 초등학교와 중학교 단계까지는 선진국형 자유교육, 창의교육으로 전환하고자 합니다. 적어도 중학교까지는 입시교육, 성적, 등수로부터 완전히 해방되도록 하고자 합니다. 정규수업과 방과후의 질적인 혁신을 가져오고자 합니다. 우리는 혁신학교에서 새로운 교육 모델의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혁신학교의 성과를 유형별로 모델화하여 보다 다양한 혁신교육 시스템이 자리잡도록 하겠습니다.
평가로 우열을 나누지 않겠습니다. 아이들을 '국영수'에 갇힌 인간이 아니라 저마다의 자질과 개성, 잠재력을 고르게 발전시키는 교육을 통해, 그 자체로 자아를 완성해가는 인간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한 교육은 '자율성'을 가장 큰 가치와 원리로 하고 있습니다. 혁신학교는 지금까지의 구시대적인 학교문화와 관계를 새롭게 재구축했습니다. 여기에 교육 내용적 측면의 전환도 시도하겠습니다. 고전적인 교육과정에서 탈피하여 선진국형 교육과정을 서울에 맞게 적용하겠습니다. 이를 창의지성, 창의감성교육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혁신교육과 창의교육을 양대 축으로 서울 교육의 일대 전환을 불러오겠습니다. 이를 위해 학급당 학생 수를 감축하거나 협력교사제를 도입하고, 선생님들의 전문성을 드높일 뿐만 아니라 업무 환경도 더욱 과감하게 개선하겠습니다. 가르침과 배움이 우선이 되는 학교로 만들겠습니다. 이러한 하드웨어의 개혁과 더불어 창의지성, 창의감성교육이 이뤄지도록 프로그램과 소프트웨어를 대대적으로 계발하고 적용하여 한 차원 높은 교육과정을 구현하겠습니다.
학교 밖의 개혁
교육 대개혁은 학교 안에서만 이뤄지지 않습니다. 방과후 역시 중요한 교육 현장이자 교육과정의 연장입니다. 또 하나의 학교입니다. 학교 안팎과 방과전후가 하나의 체계적인 교육과정의 총체로서 작동되어야 비로소 온전한 교육시스템이 완성됩니다. 학교 밖과 방과 후는 교육청만의 몫으로 감당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서울시와 지자체의 협력이 필수입니다. 곧 시 및 지자체와 공동으로 서울 교육 TFT를 만들어 전체 서울 교육의 틀을 만들겠습니다. 아이들은 정규수업을 마치고, 또는 필요하다면 정규수업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롭게 학교 밖의, 또한 방과 후의 다양한 문예체 자원을 이용하여 21세기 미래 창의 역량을 키워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고등학교 교육의 혁신
고등학교 단계의 교육혁신은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고등학교 체제 자체의 변화입니다. 자사고 제도의 전면 재검토를 통한 일반고 전환 프로그램도 그런 맥락 속에 있습니다. 제2의 고교 평준화라고 부를 수 있는 이러한 정책이 필요한 이유는 바로 초중학교에서 선진국형 교육이 실현될 수 있는 출발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고교 진학 과정이 입시경쟁교육이 되지 않는 조건을 만들어야 비로소 우리가 마음먹은 아름다운 창의 미래 교육이 가능합니다. 또 하나는 고등학교 교육의 질적 변화와 균형 있는 발전입니다. '일반고 전성시대'가 바로 이것과 맞물려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현행 대입제도 아래서 고등학교가 입시에서 자유로운 교육을 펼치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장기적으로는 그것으로부터의 자유를 지향하되, 당장의 현실에서는 최대한 모든 학생들이 고르게 교육의 기회와 혜택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지역에 따라, 학교에 따라 그리고 태어난 가정에 따라 받는 교육이 달라서는 안 됩니다. 입시로부터 소외되었거나 다른 길을 가고 싶은 학생들이 무기력하게 방치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들도 자신의 삶을 즐겁게 누리고, 당당히 꿈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일반고와 특성화고 또는 학교 밖에서 자신의 직업을 찾아가도록 대학 진학교육 못지않은 지원체계를 갖추겠습니다. 이것 역시 우리가 꿈꾸는 선진국형 공교육의 모습입니다.
학생, 교사, 학부모, 시민 여러분 서울 교육의 주인이 되어 주십시오
우리가 꿈꾸는 혁신미래교육은 교육청이나 교육감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입시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대학입시제도와 대학체제 개혁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런 숱한 과제들은 한꺼번에 해결할 수 없고, 시간을 가지고 점진적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저는 제 임기 4년 동안 혁신미래교육의 주춧돌을 놓으려고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의 주인이 학생, 교사, 학부모, 시민사회라는 사실입니다. 학생, 교사, 학부모, 시민사회가 교육의 주인으로 우뚝 선다면 누가 교육 행정을 맡더라도 미래로 가는 교육의 방향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이제 새로운 교육의 시대가 열릴 때가 되었습니다. 낡은 교육을 넘어서서 혁신미래교육의 시대를 열 때가 되었습니다. 세월호의 아픔은 새로운 교육의 패러다임을 여는 일로 승화되어야 합니다. 저는 질문이 살아 있는 신바람 교실, 우정이 있는 어깨동무 학교, 모두가 행복한 혁신미래교육. 학생, 교사, 학부모, 시민사회와 함께하는 어울림 교육청을 만들어내겠습니다. 온 마음과 온몸으로 섬기고 실천하겠습니다. 학생, 교사, 학부모, 시민 여러분이 서울 교육의 주인공이 되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2014. 7. 1. 서울시 교육감 조희연
Ladies and gentlemen, esteemed citizens of Seoul,
It is my profound honor to stand before you today as the newly elected Superintendent of the Seoul Metropolitan Office of Education, entrusted by the people of this great city to lead our educational future for the next four years. First, I bow deeply to each and every one of you, to your hopes and your trust.
The recent local election on June 4 was held under the immense shock and pain of the Sewol ferry tragedy. In that moment, our voters turned their attention—more than ever—to education, calling for true innovation in how we teach and learn. The fact that progressive, democratic candidates were elected as superintendents in 13 out of 17 provinces and metropolitan cities reflects this shared desire for change.
Let me be clear: the responsibility for educational innovation is not a matter of political ideology. It is a collective mission for all who take up the mantle of educational leadership. The expectations of our citizens are unmistakable. The Sewol disaster exposed deep-seated problems in our society, and the message from our people is clear: we must innovate, and that innovation must begin with education.
If the old, outdated education system was responsible for the despair that led to Sewol, then the education we need today is one of hope—an education that nurtures life and potential. “Life-nurturing education” is, in truth, the very essence of education itself. The ability to live independently and to collaborate with others is what every human being should learn through education. The old system could never provide our children with these essential skills. That is why “life-nurturing education” and “innovative future education” are one and the same. I am committed to transforming Seoul’s education into a system where everyone is happy—an innovative future education for all.
Innovative future education is, in essence, life-nurturing education.
The old education was a system of “catch-up,” where students were pressured to memorize and imitate as much and as quickly as possible. This approach was necessary in the 1960s to 1980s, when Korea was a developing country striving to reach the standards of advanced nations. But today, Korea is among the top ten economies in the world. We are proud to be an IT powerhouse, an internet leader, and a global leader in smartphone technology. There are countries now looking to us as a model. We no longer have a target to chase or a model to imitate. Now, we must forge our own creative path—one that no one has walked before.
Yet, despite this transformation, our education system remains stuck in the old “catch-up” mentality. Our children are still told to memorize more, to copy faster, and to be judged by grades and rankings. They are still told that if they are not good at Korean, English, or math, they are not good at learning—and that without academic success, there is no hope for their future. They are still taught that in an endless competition, only the fittest survive. But it is not our children who lack hope; it is the outdated education system—the one-size-fits-all approach from the 60s and 80s—that holds them back. The high rates of youth runaways and suicides in OECD countries are a clear sign of this problem. The old system is like an ill-fitting uniform on a child who has outgrown it—it is education that breeds despair.
So, what is “education of hope”? It is education that fosters the ability to live independently and to collaborate with others. It is education that helps children discover what they truly want to do, rather than forcing them to memorize and copy. It is education that values process over grades and rankings. It is education that opens doors to creativity and potential, not just in Korean, English, and math, but in all areas. It is education that teaches the value of living together, not just surviving alone.
Only by nurturing our children in this way can we raise them to be global citizens of the 21st century—citizens with self-esteem, collaboration skills, creativity, and true competence. Education that empowers children to forge their own creative paths, not to follow someone else’s, is the education that befits Korea’s standing in the world. This is the education that opens the door to the future through innovation. That is why I call it “innovative future education.”
Let me outline the key principles of innovative future education as I see them. What follows is not an exhaustive list, but it is the foundation upon which we will build. The true owners of Seoul’s education are its citizens. Education must be shaped dynamically by students, parents, teachers, and the community. Only together can we transform despair into hope.
First, innovative future education is led by students, teachers, parents, and citizens.
I want to emphasize that the true owners of education are students, teachers, parents, and the community. In the era of catch-up education, textbooks and curricula were set by the state and schools. Students were seen as passive recipients, and parents were excluded from the process. Now, students, teachers, parents, and the community must be able to discuss and decide together what kind of education we want. Teachers and parents must participate, and students must be able to voice what education they want. The new education must be one where everyone is an active participant—not just an object or a bystander. I will practice “student-centeredness,” “teacher-first principles,” and “parental participation.” And I will ensure that all citizens become stakeholders in education. This is my educational philosophy: to put people at the center of education. This is the process of creating new educational agents. The true owners of education are not the state or administrative agencies, but students, teachers, parents, and the community.
Second, innovative future education is creative education.
Questions shape people. Great questions make great people. The great figures of history were all children who asked many questions. If teachers, schools, and parents had silenced these questions, no great person would have emerged. In the classroom of catch-up education, there are no questions—only predetermined answers, and the pressure to memorize and repeat them. This stifles the infinite potential and creativity of our children. We must create classrooms where questions are valued more than answers. We must listen to unusual, even quirky questions. And together, students, teachers, and parents must seek answers. In this process, we can transform silent schools into vibrant, joyful places. This is the education we must strive for—innovative future education rooted in creativity.
Third, innovative future education is autonomous education.
Innovative future education must be autonomous. We must break free from the old mindset that treats children as “bonsai humans”—shaped and pruned to fit the expectations of adults. Children are born with diverse potentials and DNA. The old system focuses narrowly on certain subjects, like Korean, English, and math, and ignores countless other possibilities. The world our children will enter as adults in 10 to 20 years will be completely different, and many of today’s jobs will disappear. We must start by reflecting on this old, adult-centered approach.
Fourth, innovative future education is creative and emotional education.
Education must not be limited to the pursuit of knowledge. We must awaken the infinite intellectual and emotional potential of our children and help them develop in a balanced way. Innovative future education must be creative and emotional education. It must not prioritize only academic subjects. The abilities and talents needed in the 21st century must be redefined. We must promote the holistic development of learners and foster a balance of emotion, character, and intellect. Emotion is not just for artists—it is a fundamental part of intelligence in the 21st century. Through creative and emotional education, our children will grow into global citizens who can empathize with others. The educational answer to school violence and bullying is to create schools where friendship thrives—what I call “shoulder-to-shoulder schools.”
Fifth, we will break down the barriers between schools and communities, creating “community-integrated schools.”
Children do not learn only in school. They learn important lessons outside school, too. Some children even feel the urge to run away from school. There are children who have already left school. All of these children are our responsibility. The Seoul Metropolitan Office of Education is ready to work with the city to break down the walls between schools and communities. Schools must become places where not only students, but also local residents, can think together and create new forms of education. Community cooperatives and local organizations can become spaces for education beyond the classroom. I will work with the city to transform Seoul into a global education hub. We must strive for education that connects schools and communities—what I call “community-integrated schools.” These schools will be bigger than schools—they will be schools that transcend schools.
Sixth, education must be a pathway to opportunity.
Education must be a “pathway to opportunity” and a “land of opportunity” for every student. I believe that while families may be different, the education children receive must be the same. But in reality, education is increasingly reproducing social and economic inequality. I do not believe we can eliminate all inequality, but I do hope that education can become a lever for balance. This is what Article 31, Section 1 of the Korean Constitution means when it says that all citizens have the right to receive equal education according to their abilities.
Seventh, we will nurture open-minded citizens for the era of globalization.
The beginning and end of education is “what kind of human being we raise” and “what kind of soul we nurture.” This is not just for the sake of one child, but for the future of our society. We are raising not only our own children, but the next generation. Our children must grow into new 21st-century personalities. The foundation is a sense of community, empathy, and respect for others. They must be able to stand with the weak and see society with a sense of justice. They must also become open-minded citizens in the age of globalization—not closed-minded nationalists, but people who can reflect on their nation and people. Only then can they lead the world 20 years from now. This is what I call “creative global education.” This must be our new educational goal.
Eighth, we will foster democracy in educational and school administration.
The wave of democracy since 1987 must spread to educational and school administration. We must move toward democratic governance, participation, communication, and administration that serves and is evaluated by the people. We must replace top-down, command-and-control, hierarchical, and authoritarian bureaucracy with a partnership-based administration that understands the hearts of students, teachers, and parents. This is the foundation for true school autonomy and educational democracy. I imagine an education office next to your home, a superintendent’s office next to your room, a principal and students sharing lunch without formality, and teachers and parents working together like neighbors. I will make this dream a reality. I believe this is how students, teachers, parents, and the community can create new educational relationships. I will create a “harmonious education office.”
These eight points are not everything, but they are the minimum conditions for innovative future education. The rest must be filled in by students, teachers, parents, and the community.
Upgrading innovative schools
Innovative future education will build on the achievements of innovative schools. At the elementary and middle school levels, we will transition to advanced, free, and creative education. At least through middle school, we will free students from the pressure of entrance exams, grades, and rankings. We will bring qualitative innovation to both regular and after-school classes. We have seen the potential of new educational models in innovative schools. We will model these successes and create a variety of innovative education systems.
We will not rank students. We will not confine children to Korean, English, and math. We will help each child develop their own talents, personality, and potential, and become complete individuals. The central value of innovative schools is autonomy. They have already rebuilt old school cultures and relationships. We will also transform the curriculum, moving away from the old model and adapting advanced curricula to Seoul. We will call this “creative intelligence and creative emotional education.” With innovative and creative education as our pillars, we will bring about a major transformation in Seoul’s education. We will reduce class sizes, introduce collaborative teaching, and improve teachers’ professionalism and working conditions. We will make schools where teaching and learning come first. Along with these hardware reforms, we will develop and implement new programs and software to achieve a higher level of education.
Reform outside schools
Educational reform does not happen only inside schools. After-school programs are also important educational sites and extensions of the curriculum. They are another school. Only when in-school and out-of-school, before and after school, work together as a systematic whole can we have a complete educational system. The education office alone cannot manage this. Cooperation with the city and local governments is essential. We will create a Seoul Education Task Force with the city and local governments to build the framework for all of Seoul’s education. Children will be able to use a variety of cultural, artistic, and physical resources outside school or after school to develop the creative competencies they need for the 21st century.
Innovation in high school education
For high school education, I am thinking in two directions. One is a change in the high school system itself. The full review of the autonomous private high school system and the transition to general high schools is part of this. We need what we might call a “second high school equalization” policy, because only when elementary and middle schools achieve advanced education can we realize our vision. High school admission must not become a process of entrance exam competition. Only then can we achieve the beautiful creative future education we envision. The other direction is qualitative change and balanced development in high school education. The “era of general high schools” is part of this. Realistically, under the current college entrance system, it is almost impossible for high schools to be free from entrance exams. In the long term, we will aim for that freedom, but for now, we will ensure that all students receive equal opportunities and benefits. Education should not differ by region, school, or family background. We will not neglect students who are left out of the entrance exam system or who want to take a different path. We will help them enjoy their lives and pursue their dreams with confidence. We will build a support system for students in general and specialized high schools, and for those outside school, to help them find their careers—just as strong as the support for college-bound students. This is the advanced public education we dream of.
Students, teachers, parents, and citizens—please become the true owners of Seoul’s education.
The innovative future education we dream of cannot be achieved by the education office or the superintendent alone. To move away from entrance exam-centered education, we must reform the college entrance system and the university system. These challenges cannot be solved overnight, but must be addressed gradually over time. During my four-year term, I will lay the foundation for innovative future education. The most important thing is that the true owners of education are students, teachers, parents, and the community. If students, teachers, parents, and the community stand tall as owners, no one in educational administration can change the direction of our education toward the future.
Now is the time to open a new era in education. It is time to move beyond the old system and open the era of innovative future education. The pain of Sewol must be transformed into a new educational paradigm. I will create classrooms full of questions, schools full of friendship, and an innovative future education where everyone is happy. I will build a harmonious education office with students, teachers, parents, and the community. I will serve and act with all my heart and soul. Students, teachers, parents, and citizens—please be the heroes of Seoul’s education. Thank you.
July 1, 2014
Cho Hee-yeon
Superintendent, Seoul Metropolitan Office of Edu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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